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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도 ‘매일’을 살고 싶다
장애로 특별한 게 아닌 사람이라서 특별한 일상 꿈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1-02 18:08:11
강원도 횡성에서 찍은 무술년 첫 일출. ⓒ심지용
▲강원도 횡성에서 찍은 무술년 첫 일출. ⓒ심지용
요즘도 가끔 동화책을 읽는다. 세상을 보는 창에 낀 때를 닦아주는 순수(淳水) 덕분인지 마음 또한 순수(純粹)해지는 느낌이 좋아서다. 특히 다양한 소재들로 다져진 ‘너는 특별하다’는 주제들로 엮인 작품들로 말미암아 시들해진 자존감이 다시 필 용기를 얻기도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뒤집기만 해도 박수를 받고, 지나가는 살인미소 한 방으로 언 마음을 녹일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엔 동화에서만큼이나 현실에서도 “너는 특별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부모님에겐 하나뿐인 아들·딸이었고, 조부모님들에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주였으며, 주위 사람들에겐 갓난아기였기에 그럴 수 있었다.

허나 나이를 먹는다는 건 자신의 특별함을 버리고, 평범함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은 우리를 옥죄는 감옥으로 변했다. 너나 할 것 없이 그곳에 둥지를 틀기 위해 학교와 학원을 다니고, 입시 경쟁에 내몰린다. 대학진학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다양한 스펙들을 쌓는 것은 필수로 자리 잡았다. 은행에서 돈 찍어내듯 청춘들은 사회가 찍어내는 인재(人才)가 된다. 특별함이 거세된 청춘들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인위적으로 제거할 수 없는 특별함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장애다. 얼마나 특별한지 일부러 장애인이 되려 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겐 사회진출을 어렵게 하는 유리벽이 존재한다.

특별함을 평범함으로 변환하지 못할 때, 사회가 흔히 사용하는 굴레는 ‘차단’이다. 임신한 여성이 불편해서 ‘차단’하는 것이고, 장애인들과 함께하기 불편해 ‘차단’하는 거다. 이렇게 장애인들은 차별의 유리벽에 갇힌다.

다행인 건 콘크리트였던 벽의 재질이 유리로 바뀌면서 안과 밖의 장애·비장애인들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됐고, 미약하지만 벽을 깨려는 시도가 공고했던 벽에 균열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균열을 가능케 한 것도 ‘장애’의 힘이다. 틀림이 아니고 다름이 맞는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소외되어 소리치던 장애인들의 손을 잡아줬다. 다름을 포용하는 모습은 대중들에게 감동을 선사함으로써 소속 단체의 이미지 상승에 큰 힘이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힘입어 장애인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나아가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선 상징적으로나마 장애인을 뽑기 시작했고, 장애인의 고용을 의무화하는 법도 제정됐다.

일각에선 이를 ‘구색 맞추기’라고 비판한다. 맞는 말이다. 20대 국회엔 장애인 비례대표 의원이 한 명도 없으며, 고용노동부가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률(2.9%)을 지키는 기업들이 소수인 것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실천 없는 말잔치에서 장애인들은 먹을 게 없다.

필자도 누군가에겐 아주 좋은 ‘구색 맞추기’의 도구였고,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그렇다고 자존심을 내세워 현실을 뿌리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주어진 기회를 통해 사람들의 그러한 인식을 변화시키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장애인들의 소명이요,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여러 활동을 통해 많은 비장애인들을 접하면서도 늘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들에게 ‘나’는 ‘기념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은 ‘나’를 만나기 전에 ‘장애인’을 만난 통로는 미디어였을 가능성이 컸을 테고, 미디어는 주로 ‘대단’하거나 ‘불쌍’한 장애인을 담는다. 고로 그들에게 ‘나’는 둘 중에 하나였으리라 짐작한다.

허나 세상엔 미디어에 나오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듯이 우리 주위엔 평범한 장애인들이 많다. 장애인의 날처럼 특별한 날에만 살아있음에 관심을 가져주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도 장애인들의 손을 잡아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특별함을 지닌 장애인들도 ‘매일’을 살고 싶다. 장애로 인해 특별한 게 아니라 사람이라서 특별한, 그런 일상 말이다.

장애인들의 ‘매일’이 행복하고, 빛나는 무술년(戊戌年)이 되기를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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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심지용 (yololongy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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